보험계약 체결 후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자는 약정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보험금은 통상 손해액의 조사∙평가 및 보험금 산정 절차를 통해 확정된다. 보험계약의 당사자인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보험소비자)는 보험금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산정되기를 기대하는 반면, 보험자는 지급보험금의 적정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긴장관계 속에서 손해사정제도는 (i) 보험사고로 인한 손해액 및 보험금 산정의 공정성 ∙ 전문성을 확보하고, (ii) 정보비대칭을 완화하여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며, (iii) 분쟁을 예방∙감축하는 장치로서 보험업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기능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1977년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손해사정제도가 도입되었고, 2011 년 이후 제3보험상품(상해∙질병∙간병보험)에까지 손해사정사 고용∙선임(위탁) 의무가 확대되었다. 그러나 제3 보험의 급부 구조와 실무 운영을 전제로 할 때, 제3보험 전반에 손해사정 의무를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현행 규율이 손해사정의 본질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그 비용과 규제 효과가 정당화되는지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본고는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먼저 손해 및 손해사정의 개념을 보험업법 제185조와 제188조를 통해 정리하며 손해사정의 본질을 검토하였다. 특히 보험업법 제185조가 손해사정을 “보험사고에 따른 손해액 및 보험금의 사정”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손해사정제도가 원칙적으로 ‘손해액∙보험금의 사정’이 실질적으로 요구되는 영역에서만 요구된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나아가 보험업법 제188조가 열거하는 업무(손해발생 사실 확인, 약관∙법규 적용 적정성 판단, 손해액∙보험금 사정, 관련 서류 작성∙제출 대행, 보험회사에 대한 의견 진술)는 보험금 지급 심사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함께 수행될 수 있으나, 그 전부가 손해사정사만의 고유∙전속 업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즉 제188조 상의 열거는 실무상 ‘광의의 손해사정’ 관행을 반영한 성격을 가지는 반면, 자격제도의 핵심 근거가 되는 손해사정의 정의(제185조)는 본질적으로 ‘손해액∙보험금 사정’이라는 기술적∙사실적 평가행위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손해사정사 고용∙선임(위탁) 의무는 원칙적으로 그 본질적 업무가 필요한 경우에 한정하여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제3보험상품의 보험금 지급 구조를 정액지급형과 부정액지급형으로 구분하여, 각 영역에서 ‘손해액∙보험금 사정’이 독립된 절차로 성립 가능한지(또는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를 검토하였다. 정액지급형 제3보험에 서는 보험사고 발생 여부와 장해등급 등 요건사실 확인이 중심이 되며, 손해액의 크기를 평가하여 보험금을 산정하는 전통적 의미의 손해사정이 개입할 여지가 제한적이다. 부정액지급형 제3보험(대표적으로 실손의료보험)에서도 지급보험금은 표준화된 담보 구조와 산식에 따라 영수증 ∙ 진료비 세부내역 등 증빙을 전제로 산정되는 경향이 강하고, 의료행위의 적정성 판단이나 의학적 인과관계 ∙ 장해 판단은 본질적으로 의료인의 전문 영역에 속한다. 결과적으로 제3보험에서는 손해사정사의 참여가 ‘손해액 평가 ∙ 사정’이라기보다 ‘지급심사 ∙ 서류검토 ∙ 사고조사’ 등 일반적 업무로 대체되는 경향이 있고, 이는 손해사정 의무화가 제3보험에서 기대하는 규범 목적(공정성∙전문성 강화)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제3보험 정액형 담보와 관련하여 기왕증 감액이 손해사정 필요성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검토한 결과, 약관 구조와 판례 태도, 그리고 실무 운용을 종합할 때 기왕증 기여도 판단 자체가 손해사정사의 손해사정으로 전환되기 어렵고, 오히려 의료적 판단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에서 이를 근거로 제3보험 전반의 손해사정 의무를 정당화하기에는 다소간 한계가 있다. 한편 미국∙영국∙일본∙프랑스∙독일 등 주요국의 법제를 비교 검토한 결과 인보험(제3보험)에 대해 유자격 손해사정사의 의무 고용 ∙ 선임을 전제로 하는 규율이 일반적이지 않은 점을 확인하였고, 손해사정의 기능은 주로 재물 ∙ 자동차 등 손해보험 영역에서 실손해 평가가 필요한 경우에 집중되어 운영되고, 신체 ∙ 건강보험 영역은 보험회사 내부 심사 또는 의료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처리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제3보험에서 손해사정 의무화는 ‘국제적 표준’이라기보다 국내 규제 선택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필요성에 대하여 재검토가 요구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제3보험에 대한 손해사정 의무화는 손해사정의 정의(보험업법 제185조)와 제도의 도입취지(손해액 ∙ 보험금 사정의 공정 ∙ 신속한 평가)를 기준으로 할 때, ‘손해액 및 보험금의 사정’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범위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Yang et al. (Thu,)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