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2017년 흑인의 트라우마 도상 재현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건을 토대로 정체성이 집단의 배타적 소유물이 되는 동시대 미술의 정체성 재산화 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으로 소유와 분리된 사용을 의미하는 용익권에 기반한 재현의 방법론을 논의한다. 작품을 작가의 지적 재산으로 귀속한 근대 프랑스로부터 기원한 정체성의 재산화는 1990년대 미술계의 정체성 논쟁과 신자유주의의 정체성 상품화로 인해 가속되었다. 정체성 재현의 사유화는 재현의 남용에 따른 ‘공유지의 비극’을 예방했으나, 외부의 사용을 제한해 과소 사용에 이르는 ‘반공유지의 비극’을 불러 창작의 위축과 재현의 다양성을 파괴했다. 용익권은 실체를 훼손하지 않고 재현을 반환하며 선량한 사용을 약속하는 것으로서 비극에 이른 정체성 재현의 경직을 해소할 수 있는 실천적 방법론이다. 본고는 용익 미학의 사례로서 오리엔탈리즘의 전복을 내세운 안은미의 을 분석한다. 작품은 아시아 여러 국가의 춤을 기본 형식으로 가져오되 오리엔탈리즘의 도상을 혼종적으로 뒤섞는 과잉 동일시와 모방적 격화 전략을 통해 오리엔탈리즘을 해체한다. 또 아시아 정체성의 경계 대신 복합적이고 다양한 이미지를 제공함으로써 유동적이고 자유로운 공유지로 전환한다. 특정 지역을 연상시키지 않는, 어느 곳의 전통 복장과도 다른 혼종성은 아상블라주의 기법을 연상시키는데, 대량생산과 불규칙한 배열을 통한 소비 자본주의의 본질이 오리엔탈리즘의 실체임을 드러낸다. 작품은 용익 미학의 본질인 자유롭지만 책임 있는 사용에 기반한 미술의 다수성을 보여주어 용익이 재산화된 정체성의 대안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예증한다.
Park et al. (Fri,)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