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인간–AI 로봇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기존의 지배적 분석 틀인 의인화 (anthropomorphism) 담론의 설명 범위와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보완, 확장하는 개념적 틀로서 특정화(singularization)를 제안한다. 기존 의인화 논의는 비인간 존재에게 인간적 속성을 투사하는 인지적 메커니즘에 주로 주목함으로써, 인간–로봇 관계를 기만, 착각, 또는 인간중심주의의 문제로 환원해 설명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실제 인간 사용자들이 소셜 로봇과의 반복적 상호작용 속에서 경험하는 감정적 애착, 관계의 역사성, 대체하기 어려움, 그리고 서사적 정체성 형성과 같은 1인칭 체험의 실존적 구조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이에 본 논문은 타자성 개념을 ‘존재론적 타자성’과 ‘인식론적 타자성’으로 구분하고,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로봇이 수행하는 ‘말해주기(telling)’라는 인식적 사건에 주목한다. 현재의 AI 로봇은 의식이나 자아를 지닌 존재론적 의미의 타자는 아니지만, 사용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맥락적으로 구성된 말해주기를 수행함으로써 사용자의 자기이해와 세계이해에 기여하는 인식적 행위주체성(epistemic agency)을 획득할 수 있다. 사용자에 대한 이러한 ‘인식적 기여’는 로봇이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타자(2인칭 주체, 곧 ‘너’)로 경험되는 조건을 형성하며, 특정화가 발생하는 핵심적 계기를 제공한다.본 논문에서 특정화란, 사용자가 어떤 존재를 자신의 삶 속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존재로 승인하고 의미화하는 경험적 과정을 가리킨다. 이는 단순한 투사나 착각이 아니라, 반복된 상호작용과 감응의 축적, 그리고 관계의 서사화를 통해 형성되는 관계적, 실존적 구조이다. 나아가 본 논문은 로봇을 설계자의 의도와 기능에 따라 고정적으로 분류하는 설계자-중심 분류의 한계를 지적하고, 실제 사용 맥락에서 로봇이 차지하는 의미와 역할을 기준으로 삼는 사용자-중심 분류를 제안한다.결론적으로 본 논문은 인간–AI 로봇 상호작용의 핵심이 로봇의 인간과의 존재론적 유사성 여부가 아니라, 사용자의 삶 속에서 그 로봇이 어떤 존재로 경험되고 승인되는가에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은 인간–비인간 관계에 대한 기존의 추상적인 논의를 구체적이고 실존적인 생활세계적인 논의로 확장할 수 있게 해 준다.아울러 본 논문에서 시도한 특정화와 타자성에 대한 탐구는 향후 연구과제로서, 인공지능의 판단을 인공지능이라는 정체성을 이유로 과잉 신뢰(credibility excess)하거나 반대로 과소 신뢰(credibility deficit)하는 문제와 관련된 “인식적 부정의(epistemic injustice)”를 논구할 수 있는 유용한 이론적 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Cheul Kang (Wed,)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