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손재 이준의 를 전투 서술과 가족 서사가 상호 규정적으로 결합된 전란 일기로 분석한다. 기존 연구가 전투 기록을 군사사적 사실의 복원 자료로, 가족 서사를 전쟁 체험의 부수적 기록으로 분리해 온 데 비해, 본고는 한 텍스트 내부에서 전투와 가족의 서사가 판단의 형성⋅이행⋅귀결이라는 과정 속에서 어떻게 맞물리며 전란의 의미를 구성하는지에 주목한다. 연안성 전투를 중심으로 한 전투 서술은 떠날 수 있었던 조건이 선제적으로 배열되는 가운데, 성 사수가 도덕적 당위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감당되어야 하는 판단으로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판단은 전투의 종결과 함께 성취나 정당성으로 확정되지 않고 미결의 상태로 남으며, 이후 서술은 가족의 삶으로 이행한다. 가족 서사는 자결⋅생존⋅피난⋅알지 못함으로 분기되는 귀결을 병렬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기록자가 특정 판단을 찬미하거나 비난하지 않은 채 전투에서 형성된 판단이 삶의 국면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행되고 변형됨을 드러낸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분기 양상을 비극적⋅유동적⋅미완의 결합 구조로 분석하여, 가 전란을 단일한 윤리나 교훈으로 봉합하지 않고 판단과 귀결의 어긋남을 사유하게 하는 서사적 인식의 장을 형성함을 논증한다. 이를 통해 전란 일기를 사건 기록이나 체험의 집적이 아니라, 전쟁 경험이 서사적으로 인식되는 방식으로 재위치시키는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Haejin Shin (Tue,)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