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에서는 송경아의 「바리―」 연작(1996~1998)과 박서련의 「바리는 로봇이다」(2022)를 중심으로 무속신화 〈바리데기〉의 재해석 양상과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했다. 「바리―」 연작과 「바리는 로봇이다」는 〈바리데기〉를 SF 장르로 변모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인데, 원작을 활용하거나 이를 통해 서사 세계를 구축하는 방식 면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먼저 「바리―」 연작 속 불라국은 컴퓨터와 네트워크, 정보의 세계로 나타난다. 그러나 오구대왕의 병을 통해 병든 세계를 형상화하고, 구원자로서 바리와 석금에게 신화속 바리데기와 유사한 ‘외부자’/‘이방인’으로서의 존재적 특질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원작의 문제의식을 계승한다. 한편 길대부인-오구의 관계나 동수자의 형상을 원작과 다르게 그리고 있지만, 이는 도리어 신화 속에 제시된 문제적 상황이나 인물들의 존재적 특질, 이들에게 드리워진 고통과 고난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기능을 한다. 더욱이 이 연작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신화와 정반대의 결말에 도달한 것처럼 보이지만, 함흥본 〈바리데기〉의 결말이 보여주는 현실주의와는 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호문쿨루스’ 미금과의 새로운 여행을 암시함으로써 구원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는다. 이어서 박서련의 「바리는 로봇이다」는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사회를 배경으로 설정하고 바리를 로봇으로 탈바꿈시켰으나, 서사적 상황과 인물들의 성격을 원작 신화로부터 이어받고 있다. 특히 신화 속 바리데기가 지니고 있었던 ‘외부자’/‘이방인’으로서의 존재적 특질은 로봇 바리에게 거의 그대로 이어진다. 더불어 그를 버린 할머니의 탐욕과 집착, 죽음을 앞둔 상황은 원작 신화 속 오구대왕과 닮아있다. 또한 「바리는 로봇이다」에서는 로봇 바리의 여정이 존재(성)의 탐색 과정으로 나타는데, 이 역시 원작 신화 속 바리데기의 구약여행과 유사하다. 최종적으로 로봇 바리가 도달한 각성과 그로 인한 선택 역시 바리데기가 불라국을 떠나 저승으로 돌아갔던 신화의 결말을 상기시킨다. 원작 신화와 재해석작들은 모두 ‘경계성’과 ‘주변성’으로 특징지어지는 등장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특히 이 작품들은 원작 신화에서 제기된 ‘자력갱생을 잃어버린 세계의 구원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여성, 양성인, 호문쿨루스, 로봇들의 연대와 여행으로 답한다. 이런 면에서 이 작품들을 함께 읽는 작업은 포스트휴먼(posthuman) 담론과 만날 수 있다. 원작 신화에는 남성중심 세계와 인간, 그리고 이들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시도가 담겨있을 뿐 아니라 ‘연결’과 ‘상호의존성’에 대한 인식이 담겨있다. 이런 점에서 「바리―」 연작과 「바리는 로봇이다」가 펼쳐낸 포스트휴먼적 상상력과 사유는 무속신화 〈바리데기〉에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신화 〈바리데기〉는 포스트휴먼 시대에도 여전히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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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hin Choe
한국학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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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hin Choe (Tue,) studied this question.
www.synapsesocial.com/papers/69df2a4be4eeef8a2a6af880 — DOI: https://doi.org/10.18399/actako.2026..10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