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초기 유식 문헌에서 삼성설(三性說) 가운데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 parikalpitasvabhāva)을 선행시키는 논증 방식과 의타기성(依他起性, paratantrasvabhāva)을 선행시키는 논증 방식이 각각 어떤 인식론적 함의를 지니는지를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삼성설의 원형인 삼상(三相, trilakṣaṇa) 체계의 전개를 검토한다. 『해심밀경』과 『유가사지론』에서 삼상은 수행자가 언어 등으로 인해 세계를 실체화하는 방식과 그 해체 과정을 단계적으로 안내하는 수행론적 틀로 기능한다. 한편, 『대승장엄경론』에서는 허망분별(虛妄分別, abhūtaparikalpa)을 중심으로 삼상이 재구성되면서, 수행 단계의 서술과 더불어 인식의 현현구조를 분석하는 이론적 틀을 보이기도 한다. 본 논문은 초기 유식 문헌을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A 『유가사지론』, 『중변분별론석』, 『유식삼십송』은 변계소집성을 선행시켜 인식의 출발점을 ‘제거되어야 할 집착의 포착’에 둔다. 이 구도에서 인식의 오류는 처음부터 이미 작동하고 있으며, 의타기성은 그 집착이 성립하는 조건으로, 원성실성(圓成實性, pariniṣpannasvabhāva)은 집착이 해체된 지평으로 제시된다. B 『대승장엄경론석』, 『섭대승론』, 『삼성론』은 의타기성을 선행시켜 인식의 출발점을 ‘식의 현현 구조’에 둔다. 이 구도에서 인식의 오류는 현현 자체가 아니라 현현된 것을 실체화하는 두 번째 계기에서 발생하며, 변계소집성은 그 실체화의 양상으로, 원성실성은 그 실체화의 비존재로 파악된다. 본 논문은 이 두 유형을 개별 저자의 교학적 입장 차이로 환원하지 않는다. 『섭대승론』이 동일한 의타기성이 이문(異門)에 의해 삼성 전체를 구성한다고 명시하는 것은, 두 논증 방식이 상호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삼성설이 논증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출발점에서 재구성될 수 있음을 텍스트 자체가 뒷받침하는 근거로 이해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삼성설을 단순 체계로 위치시키지 않고, 인식이 세계를 포착하는 최초의 지점을 어디에 설정하는가에 따라 해탈의 조건을 달리 구성하는 이론으로 재독해하는 시도이다.
Bo Song (Tue,)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