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이후 소싸움은 다선적으로 전승되며 그 성격이 변화했지만 인간과 소가 함께 하는 놀이라는 점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동안 이루어진 소싸움에 대한 연구는 소싸움 자체에 집중되어, 연행의 주체와 상호관계 그리고 여기에서 비롯된 기억의 전유(appropriation) 양상에 관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의령의 우주(牛主) 하영효와 전설적 싸움소인 ‘범이’의 사례를 중심으로 인간과 동물이 소싸움을 매개로 형성한 관계와 그 기억이 전유되는 양상을 살펴보았다. 검토 결과 우주 하영효는 ‘범이’의 성격과 반응, 몸 상태 등을 고려하면서 ‘범이’를 돌보았고 ‘범이’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소싸움대회에서 19연속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이 과정에서 양자의 관계는 점차 깊어져 서로의 존재를 조건 짓는 상호형성적 관계가 되었고 인간-동물 사이의 위계와 종적 경계는 약화되었다. ‘범이’가 노쇠해져 싸움 능력이 떨어지자 싸움소로는 처음으로 은퇴식을 열어주고, 병에 걸려 사망하자 장례를 치른 뒤 묘소를 만들고 추모비를 세워준 것도 이 관계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범이’가 세상을 떠난 뒤 하영효와 그 가족, 그리고 의령군은 ‘범이’의 뛰어난 업적을 기반으로 ‘범이’에 대한 기억을 전유했다. 하영효와 가족은 ‘범이’를, 죽은 뒤에도 자신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호신적인 존재로 여기고 있다. 이처럼 ‘범이’를 신적 지위에 두고 의존하는 양상은, ‘범이’가 하영효의 결핍된 욕망, 즉 우승을 통해 사회적, 경제적 성취를 이루려는 바램을 충족시켜 준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생전에 그랬듯이 죽은 뒤에도 ‘범이’가 하영효의 가족과 함께하면서 집안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사후 ‘범이’를 신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의지하는 바탕이 된 것이다. 한편 의령군 차원에서 벌어진 공적인 전유 작업은 ‘범이’가 살아 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의령군은 소싸움을 두고 다른 지역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의령 소싸움의 경쟁력과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범이’는 의령의 소싸움이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 가운데 하나로 호명되고 인용되었으며, 소싸움을 넘어 의령이라는 지역공동체를 표상하는 존재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의령군은 ‘범이’가 죽은 뒤 농경문화홍보관에 소싸움전시실을 따로 만들어 ‘범이’의 모형과 유품 등을 전시함으로써 ‘범이’에 대한 공동체의 기억에 영속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사후에도 ‘범이’는 종적 한계를 넘어 지역의 전통문화와 공동체를 표상하는 ‘전설적인 존재’로 남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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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g-myeong Han
The humanities of coexist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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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g-myeong Han (Sat,) studied this question.
www.synapsesocial.com/papers/69abc0b85af8044f7a4e96fd — DOI: https://doi.org/10.37524/huco.2026.01.22.89